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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7.png 9세 월봉공의 청혼초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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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이류면 문주리 팔봉마을에는 선조35년에 세운 팔봉서원이 있었다. 이 서원에는 이음애, 이탄수, 김십청헌, 노소재를 제향하던 곳이며 또한 이조참판을 지낸 월봉공(류영길)이 이곳에 낙향을 하여 은거하던 곳이다.

 

따라서 그의 동생으로 영의정을 한 춘호공(류영경)은 형님을 문안하기 위해 자주 이곳을 들렸으므로 지방관아는 물론 조정의 고관들의 출입으로 성황을 이루던 곳이다.

 

이로 인해서 팔봉마을은 몇 백년간 전주류씨들이 세거해 온 곳이다. 뿐만 아니라 팔봉서원을 중심으로 류씨 문중에는 많은 석학들이 배출되어 문벌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찌된 일인지 류씨 문중에 변고가 잦더니 점차 쇠퇴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이한 일은 젊은 청춘의 죽음으로 젊은 과부가 속출하는 변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용하다는 점술가를 찾아가 물어도 보고 산천에 치성을 드려 보기도 하였으나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달밤에 팔봉마을 앞 강변에서 경치에 도취된 듯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한 나그네가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어여쁜 처녀가 앉아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이 마을에 류 진사(進士)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 광경을 바라보자 은근히 호기심이 생겨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인기척이 나자 별안간 그 처녀는 간 곳이 없고 나그네는 사람의 근접을 몹시 못 마땅히 여기며 자리를 일어섰다.

 

그러면서 혼자말로 "청혼초청을 하는군 하며 중얼거렸다. 류 진사가 보기에 보통 인물이 아닌 것을 알고 뒤를 따라가 겸손하게 "청혼초청이란 무슨 뜻입니까?"하고 물어봤다.

 

나그네는 류 진사에게 그 마을의 사정을 상세히 묻더니 "청춘의 혼은 청춘을 부르는 법이라며, 과거에 이 마을에 살던 처녀가 글방 도련님을 사모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저 물에 투신자살(投身自殺)을 한 일이 있었다하고 그 혼이 젊은 유생들을 모조리 불러 간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을 들은 류 진사는 정신이 새로워져 바짝 다가서며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그네는 눈을 감고 묵묵히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선비들로서는 지극히 어려운 일인 줄 아나 한 가문의 존망이 걸려 있는 것인즉 각 유생들이 가지고 있는 서적을 하나도 남김없이 태워 버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한 다음 나그네는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당시 문벌이 좋은 집안이었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귀중한 서적이 수십 권 내지는 수백 권씩 있을 때였으므로 문중에서는 모임을 갖고 누차 상의를 하다가 마침내 모든 서적을 걷워서 불사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책 타는 연기가 충주읍까지 덮었고 며칠간 불꽃이 올랐다고 전해진다. 그 후부터 류씨 문중에 변고는 없어졌으나 문벌(門閥)은 끊기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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